Robotics

[AI Day 2022] 로봇하는 사람이 본 테슬라 휴머노이드 - 보행편

콩지니어 2022. 10. 2. 17:55

invitation
AI Day 2022 초대장

예상대로 어제 테슬라 AI Day 행사에서 휴머노이드가 공개되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난 AI Day에서는 자율주행 내용 뒤에 로봇을 짧고 소개했던바와는 달리, 휴머노이드에 대한 내용 소개가 우선되면서, 테슬라가 휴머노이드에 진심인 것을 어느정도 확인할 수 있는 구성이었습니다.
질의응답을 제외하고 2시간 정도 진행된 행사는 [휴머노이드][차량 자율주행]으로 구분되었는데, 이번 포스팅에서는 휴머노이드에 대한 내용 중 보행에 대한 저의 의견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걸어나온 테슬라 휴머노이드. 잘 걸었나?

일론 머스크와 함께 무대에 선 담당자의 "안전장치 없이 걸어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라는 일종의 밑밥과 함께 무대 뒤에 서있던 테슬라 휴머노이드가 걸어 나왔습니다. (영상출처: CNET Highlights Youtube)

first humanoid
걸어서 등장하고, 몇가지 포즈도 취하는 테슬라 로봇 (출처: Tesla Youtube)

위 장면에서 보여진 테슬라 휴머노이드의 보행은 어느정도 수준 일까요?
이해를 위해 몇가지 비교할 만한 로봇의 영상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유튜브, SBS 뉴스)

우리나라 정부출연연구소인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한 로봇에 대한 보도영상인데요, 보행을 중점으로 보여주는 Arirang TV 보도와 사람의 모션을 따라하는 기술을 중점으로 소개하는 SBS 뉴스 보도 영상 입니다.
위 로봇은 제가 알기로 지금까지 우리나라 정부출연연구소에서 큰 규모로 개발했던 처음이자 마지막(...) 휴머노이드인 마루(MAHRU) 입니다. 정부출연연구소에서는 이례적으로 당시 KIST의 꽤 많은 박사급 연구원들이 달라붙어 개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사실상 KIST 내부 전시용으로만 보관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기회가 된다면 별도 포스팅으로..) 당시에는 KAIST의 휴보 보다 마루가 더 개발수준이 높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수 있었습니다.
Arirang TV 뉴스 영상이 업로드 된 것이 2006년이니, 이미 16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이족보행 휴머노이드가 개발이 되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6년 전 공개된 마루의 보행과 어제 공개된 테슬라 로봇의 보행을 비교해 보면, 사실 별로 큰 차이가 눈에 띄지 않습니다. 네, 둘 다 준비된 장소에서 준비된 시연을 보였기 때문이죠.
여기까지 한번 정리하고 가자면, 처음 등장 시 보여준 보행 시연은 요즘 기술수준을 고려하면 "별로 놀랍지 않다" 입니다.

그래도 잘 걷지 않았나요?

정해진 곳에서 정해진 보행을 하는 것은 16년전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한 것인데, 중요한건 얼마나 다양한 환경에서 걸을 수 있는가 라고 보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걷는게 됬으니 조금만 더 안정화 하면 되는거 아닌가요


AI Day 행사에서도 (이번인지 저번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easy to say, difficult to do"라는 표현이 나왔는데, 휴머노이드의 보행이 딱 그렇습니다. 이게 말처럼 쉬운게 아닌거죠. 얼마나 어려운지 또 하나의 영상을 보여드리면서 설명 이어가보겠습니다. (출처: 유튜브)

다소 유쾌한 음악이 깔려있는 영상으로 가져와 봤는데, 이 영상은 지난 2015년 미국 국방성 산하 연구기관인 DARPA에서 주최한 재난구조로봇대회의 일부 영상 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모티브로 기획되었고, 휴머노이드일 필요는 없으나, 대부분의 팀이 휴머노이드를 가지고 참가했습니다. (저도 말단 인턴으로 참가했던 대회라 직접 본 것들이 좀 있어 소개드리게 되었습니다.)
이 대회의 재밌는 점은, 미리 환경을 알고 준비하지 못하도록 대회 전날 까지 경기장의 세부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참가팀에게 최대한 어떤 환경에서도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라고 유도하는 의도였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MIT, 카네기멜론, NASA 등 이름만 들어도 듬직한 단체에서도 참가를 했었는데, 안넘어진 팀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1위를 차지한 휴보는 무릎 위치에 바퀴를 달아 가급적 바퀴로 가는 방식으로 무게중심을 낮추는 동시에 보행을 최소화 했고, 보스턴 다이나믹스 로봇으로 참가해 2위를 차지한 비영리 연구단체 IHMC도, 직접 로봇을 개발해 참가해 3위를 차지한 카네기멜론팀의 로봇도 넘어지는 수모를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Boston Dynamics 로봇은 점프도 하고 뛰어다니던데요
 

물론 이정도의 시연이라면 환경이 알려졌다고 하더라도 상당히 고난이도의 시연임은 분명합니다. Boston Dynamics는 로봇의 설계와 제어에 특별히 높은 기술을 가진 기업인데, 이 기술이 다른 환경에서도 다른 팀이 쉽게 넘겨받아 쓸 수 있도록 개발되어 있지는 않은 듯 합니다. (Atlas 영상 출처: Boston Dynamics Youtube)
이 대회 참가팀 절반이 "그" 보스턴 다이나믹스 Atlas 로봇으로 참가했고, 위 영상에서도 몇몇 넘어지는 보스턴 다이나믹스 로봇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보행하게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로 남아있습니다.
우리가 휴보 이전부터 들어 온 일본의 아시모 역시 준비된 시연만 잔뜩 보여준 채 조용히 모습을 감췄다는 것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워낙 내용이 비밀스럽게 유지되던 로봇이라 별로 정보가 없는 채로 사라졌습니다.)
다시 테슬라로 돌아가서, 보행시연을 자세히 보시면 모션과 모션 사이 로봇이 조금 흔들리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제가 주워듣고 본 바로는 이런 끊기는 모션에서 발생되는 문제가 넘어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사실 제어 전문가들이 손을 보면 해결 가능한 부분이고, 일론 머스크의 언급 대로 "일단 적당히 만들어 본" 버전이라 그렇게까지 신경쓰지는 않은것으로 보입니다. 테슬라가 못해서는 아니고 이번 시연이 "완성단계의 모습이 아니다"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게 될 것 같습니다.

아직 테슬라에서는 이 로봇이 얼마나 다양한 환경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보행할 수 있는지 보여주지 않았다.


[사람 모션 표방]까지 다뤄보려 했으나, 포스팅이 길어져 한번 끊어서 가도록 하겠습니다.
보행에 대해 적다 보니 다소 부정적인 부분만 나오게 되었는데, 절대 이번 행사에서 테슬라가 새로운걸 보여주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테슬라의 강점이 보행 자체가 아닌 다른 곳에서 보였기 때문으로 이해해 주시고, 뒤이은 포스팅에서는 테슬라가 보여준 장점에 대해 더 많이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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