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otics

[AI Day 2022] 로봇하는 사람이 본 테슬라 휴머노이드 - 설계 비교편

콩지니어 2022. 10. 3. 23:51

지난 포스팅에서는 테슬라 휴머노이드의 움직임, 모션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어서 테슬라 휴머노이드의 설계와 다른 휴머노이드와의 비교에 대해 적어보려고 합니다.

 

[AI Day 2022] 로봇하는 사람이 본 테슬라 휴머노이드 - 모션편

앞서 포스팅한 테슬라 휴머노이드의 보행에 관한 글에 이어서 이번엔 로봇의 모션과 관련된 글을 적어보겠습니다. [이전 글 보러가기 - 테슬라 로봇의 보행] [AI Day 2022] 로봇하는 사람이 본 테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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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발을 담그고 있는 분야가 기구설계나 여타 기계적인 분야는 아닌 관계로 전문가의 입장이 아니라 옆 분야 구경꾼 정도의 시선에서 글을 써보려 합니다.

 

휴머노이드의 설계

휴머노이드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팔다리 사람처럼 달려있고 두 다리로 걸어다니며 두 팔로 작업을 할 수 있는 로봇 정도의 분류라, 충격적으로 새로운 설계가 나오는 것은 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애초에 기준이 되는 모델이 사람이기 때문이죠.
이번에 테슬라에서 공개한 휴머노이드 역시 제가 보기에 전체적인 구조 자체가 엄청 새롭거나 놀랍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회전하는 모터를 이용한다는 조건 하에 별로 다르게 나올 설계가 없는게 사실이죠.
다만 휴머노이드가 모두 사람과 비슷하게 생긴건 아닙니다. 목적에 따라 사람의 신체구조가 가장 효율적이지는 않다는 판단이 일부 있어서 아닐까 싶습니다. (테슬라에서도 이런 언급을 했었죠.) 몇가지 예를 적어보겠습니다.

위 영상은 Agility Robotics라는 곳에서 개발한 로봇의 소개 입니다. 산업 현장에서 사람의 일을 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는 점에서 어쩌면 테슬라 휴머노이드와의 직접적인 경쟁상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기계적으로 꽤 단순한게, 실제 판매를 위해 설계 효율을 어느정도 신경써서 만든 듯 합니다. (자세한 성능을 잘 알지 못합니다만.. 실제로 시연을 봤을 땐 상당히 잘 걸어다녔습니다.)
이 로봇의 특이한 점은 무릎이 접히는 방향이 사람과 반대인 점 입니다. 약간 요괴(?)스러워 보이기도 하는데, 이렇게 무릎을 반대로 접는 로봇이 종종 있어 왔습니다.
관절 방향을 왜 뒤집었는가에 대해, 제가 추측해보자면 계단을 오르내릴 때 발이 계단에 걸리지 않도록 안전하게 발을 뒤로 뺐다가 올리려는 목적과, 이동 중 관성을 버티는데 유리한 구조가 아닐까 합니다. (그냥 별로 근거 없는 제 생각입니다 ^^)

robots
다리가 뒤집힌(?) 로봇들 (출처: DARPAtv YouTube)

경우에 따라서는 아래와 같이 사람이 아니라 동물처럼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기도 합니다.

chimp
이족과 사족을 넘나드는 침팬치형 로봇 CHIMP. 재난구조용으로 설계되어 복잡한 장애물을 밀거나 타고 가기 적합 (출처: DARPAtv YouTube)

 

왜 이렇게 다르게 만들죠

제가 추측하건데, 이는 만드는 주체가 선호하는 제어 방식에 적합한 구조를 선택하는 것 같습니다.
제어 방법이라고 하면 정말 다양하고 또 전문적이라 이 포스팅에서 설명하지는 않는게 좋을 것 같고, 걷는 방법, 걷기 위해 중심을 잡는 방법이 제어 시스템을 설계하는 하는 팀 마다 다르다고, 방식마다 적합한 설계가 있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딱 정답이라고 제시될 만큼 좋은 솔수션이 나와있지 않은 마당에 제어 전문가들도 각자 선호하는 공략(?)이 다를 수 있으니까요.
적어도 단순히 시각적으로 보기 좋아서는 아닐 것 같습니다.

무릎하고 손 설계 좋아보였는데요

tesla leg
사람 무릎 구조를 따라 설계했다는 설명

이번 행사에서 테슬라 로봇의 무릎쪽 기구설계 소개가 비중있게 있었습니다. 내용을 들어보면 결과적으로는 에너지 효율을 위한 설계라고 하는데, 이는 뒤에서 효율적 설계에 대해 설명하면서 같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손. 포스터에서도 손이 나오고 해서 많은 분들이 손에 기대를 많이 하시지 않았나 싶습니다만, 손에대한 설명은 별로 비중이 크지 않았습니다.

tesla hand

소개된 내용을 종합하면

  • 사람 손을 따라 만들었다.
  • 클러치가 있어 물체를 잡는 동안 모터를 꺼도 된다. (에너지 효율)
  • 작은 물체도 잡을 수 있게 섬세한 제어가 가능하다.

정도 될 것 같습니다.

그 중 설계가 까다로웠을 만한 부분은 손가락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손에 힘을 많이 주려면 모터가 커야하는데, 손이 너무 커져버리면 협소한 공간 내 작은 물건 잡기가 어려울 것이고, 너무 작은 모터를 쓰면 충분한 힘이 안나오기 때문 입니다.
위 손 구조를 자세히 보시면 손가락 마다 스트링이 내장되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움직여야 하는 부위에 직접 모터를 달기 어려울 때 많이 쓰이는 방식인데, 손바닥에 모터가 있고, 모터가 줄을 감아 각 손가락을 접는 구조인 것으로 보입니다. 즉, 손가락 마디 마다 제어가 되는건 아니고, 손가락 단위로 따로 움직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원래는 어떻게 하는데요?

로보틱스에서는 로봇의 손에 해당하는 부위를 그리퍼(Gripper) 라고 부릅니다. 특수한 용도가 아닌 범용적인 그리퍼는 적당히 물건을 잘 잡는 범용성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복잡하게 손가락 다섯개를 따로 동작하도록 만들지 않습니다. 이 분야에서 단연 가장 유명한 그리퍼 제품을 예로 설명 드리겠습니다. (영상출처: Robotiq YouTube)

로봇연구와 산업분야에서 독보적으로 많이 쓰이는 Robotiq 그리퍼

손가락 수를 두개로 최소화 하고, 하나의 모터로 두 손가락을 대칭으로 동시에 움직이도록 설계하여 제어를 최대한 간단히 하면서도 자동으로 힘 조절을 하여 물건이 손상되지 않도록, 또 그러면서도 충분한 힘을 내서 물체가 잘 안미끄러지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위 그리퍼는 손가락이 벌어지는 범위 내로 들어오는 크기의 물건을 잡을 때는 잘 쓸 수 있지만, 테슬라에서 영상을 통해 시연한 박스 옮기기 등 두 손으로 큰 물건을 들어올리는 목적으로는 적합하지 않죠.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개발 초기에 자문 역할을 했던 Dennis Hong 현 UCLA 교수님이 과거 Virginia Tech 재직 당시 TED에서 공개했던 비슷한 손이 있습니다. (영상출처: RoMeLa YouTube)

손가락 다섯개가 각각 따로 움직이고, 특이한 점은 공압장치를 이용했다는 점 입니다. 구조가 단순하고 (모터를 포함하지 않으니 당연히) 가격이 저렴함 점이 강점인데, 개인적인 추측으로 Dennis Hong 교수님이 테슬라에 손 부분 관련하여 의견을 내시지 않았을까 합니다.

hong
요즘은 랩에서 스핀오프한 업체 활동에 한창이신 Dennis Hong 교수

 

이것이야 말로 테슬라만 할 수 있다: 효율적 설계

위와 같이 휴머노이드를 설계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고, 테슬라에 앞서 이미 많은 단체에서 휴머노이드를 만들어 왔으나, 테슬라가 독보적으로 잘 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 눈의 하나 띄었습니다. 바로 효율적인 설계이죠.

에너지 효율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포함해서, 지금까지 휴머노이드를 만들어 온 단체는 거의 다 에너지 효율을 사실상 배제하고 만들어 왔습니다. 아직 주기능 자체가 연구중인 분야라 일단 되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죠.
휴머노이드 설계에서 가장 기본이 되지만 난해한 부분 두가지를 적어보겠습니다.

  • 관절을 어디에 몇개 만들 것인가
  • 각 관절에 어떤 사양의 모터를 사용할 것인가

첫번째 관절의 위치는 주로 용도와 유지보수에 관련이 있을 것 같고, 두번째가 사실 적절하게 알아내기정말 어려운 부분 입니다. 당연히 힘이 부족한 모터를 쓰면 동작이 안되고, 과한 모터를 쓰면 효율 문제가 발생하죠.
제가 예전에 만난 휴머노이드 설계하시는 분께 이 내용을 여쭤본 적이 있었는데, "적당히" 해보고 수정한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우선 잘 되는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최고의 효율을 쫒기 보다는 부족하지 않은 스펙을 맞추는 것이 초점인 것이죠.
하지만, 연구용이 아닌 실제 산업용으로 만드려는 테슬라는 경우가 다릅니다. 잘 동작을 "오래" 하는 것이 중요하죠. 물론 그 와중에 유지보수도 어렵지 않아야 합니다.

tesla human insp
사람을 따라 만들었지만 로봇의 동작 효율을 위해 28 자유도로 맞췄다고 설명하는 내용 (사람은 200 자유도 이상)

제가 지금까지 본 바는 이렇습니다. 다른 로봇 보다 가볍고 간단하게 만들었다 정도의 강점을 가지고 나온 휴머노이드는 간혹 있었습니다만, 그게 공학적으로 최선이라는 검증까지 했다는 내용을 공개한 건 테슬라가 처음이었습니다.

tesla design
다양한 작업에서 28개 모터의 사용 정보를 시뮬레이션 하여 최적의 모터를 선정하였다는 내용

또, 테슬라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있게 소개한 무릎 부위 설계에도 에너지 효율과 관련한 강점이 있었습니다.

tesla efficiency
설계에 따른 무릎쪽 관절 모터의 부하 비교

테슬라에서 공개한 모터 부하의 비교정보 입니다. 기계용어는 빼고, 초록색 선이 테슬라 설계에서 발생되는 에너지 부하이고, 파란색이 일반적으로 적당히 만들었을 때에너지 부하 입니다. 무릎이 접힐 수록 그 차이가 벌어지는데, 테슬라에서 고려하는 활용에는 무릎이 접히는 일이 많고, 이 때 설계개선을 통해 아낄 수 있는 에너지가 적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추가로, 손에 기계적인 클러치를 달아 물건을 잡고있는 동안 모터 부하를 없애는 설계 역시 에너지 효율을 높히지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모터를 직접 만든다

일반적으로 로봇을 만드는 업체에서 모터까지 직접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아무 모터나 만드는건 모르겠으나, 모터를 "잘" 만드는 것은 꽤나 어려운 제조상의 도전이기 때문이죠. 여기서 "잘" 만든다는 것은 이정도 요소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힘 대비 모터의 크기가 얼마나 작은가
  • 에너지 효율이 얼마나 좋은가
  • 최대 출력 토크(힘)가 얼마나 높은가

위 조건을 잘 맞춰 제작하는 자체가 난제인데, 휴머노이드는 대량생산을 할 만큼 많이 팔리지도 않기 때문에, 모터를 직접 만드는 것은 일반적으로 경영적으로 위험한 선택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업체에서는 보통 기성제품을 사서 쓰거나, 조금 사정이 낫다면 주문제작 정도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는 완전히 원하는 스펙의 모터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설계 과정에서 어느정도 기성제품에 설계를 맞추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터수준 부터 일종의 통제(?)가 가능하니, 한층 더 높은 효율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tesla actuators
테슬라에서 소개한 6종의 모터

가격 효율

지금까지의 휴머노이드 로봇들의 거의 다 아직 연구단계에 있는 점을 생각하면, 현재 단계에서 가격을 고려하여 설계하는 것은 김치국 부터 마시는 듯한 감이 있습니다. 단편적인 예로,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Atlas는 약 7년 전 알려진 가격이 대당 2억이 넘었습니다.
그렇다면 테슬라에서는 독자적인 기술로 더 싸게 만들었을까요? 저는 아직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공개한 로봇도 당장 판매한다면 족히 1억은 넘어갈 것 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2만 달러 라고 했는데요


일론 머스크의 목표치인 판매가 2만 달러는 가히 충격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면서도, 지금까지 테슬라의 행보를 보면 언젠간 도달할 수도 있을 것 같은 가격이기도 합니다. 단, 아직 그렇다는건 아니고, 목표한 효율상승과 제작 수준에 도달하여 대량생산의 설비가 다 갖춰지면 이라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엄밀히 아직 테슬라에서 로봇을 싸게 만든건 아닙니다.
역으로 말하면 이것이 테슬라만이 가능한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테슬라가 전기차의 가격을 끌어내린 과정을 보면 기존에는 비싼 과정들을 차례로 비용절감을 이뤄냈습니다. 지금까지 휴머노이드 판에서 줄이지 못한 비용을 줄여나가면 저렴한 풀사이즈 휴머노이드의 탄생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 로봇이랑 비교하면 어떤가요


아마도 가장 많이 나온 질문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현존 최고라고 알려진 로봇이니 말이죠.
하지만, 자세히 보면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Atlas가 최고 라고 단정하기에 어려운 점들이 있습니다. 영상으로 본 시연으로는 엄청난 기량을 보여주었지만, 그 이면에는 아래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유압장치로 동작하는 로봇이다

유압장치 자체가 불안정하여 자주 터지는데, 안전 문제로 주변에 사람이 있으면 위험합니다. 실제로 Atlas로 DARPA Robotics Challenge (DRC)를 준비하던 팀에서 유압장치 폭발로 인한 사망사고가 있었고, 이 사건을 계기로 Atlas가 동작중일 때 일정 반경 이내에 사람이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는 안전규정이 생겼습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에서는 점프도 하고 뛰어도 다녀야 하는데 도저히 전기모터로는 그 동력을 얻을 수 없다고 판단한 듯 한데, 테슬라의 개발목표와는 거리가 좀 있죠. 혹시나 제가 잘 모르는 유압장치의 제어적인 유리함이 더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유압장치는 테슬라의 개발목적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런 유압장치 폭발이 꽤 자주 일어난다는 점 입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지난 DRC 대회에서만 해도 다수의 Atlas가 캘리포니아의 따사한 햇살을 견디지 못하고 문제를 일으켜 로봇이 맥없이 쓰러지는 장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고전압 배터리를 사용한다

DRC대회 중 제가 언뜻 들은 Atlas의 배터리 전압은 300V 정도 였습니다. 제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360V 정도 되는데, 이정도 배터리면 고전압으로 분류되어 장치를 다룰 때 부가적인 전문인력과 안전장치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배터리 자체 전압이 높으면 장치가 고장날 여지, 그리고 변압 과정에서의 효율 불리함도 있을 것 같습니다.
테슬라에서 소개한 휴머노이드 배터리는 정격전압 52 V 입니다.

오래 못쓴다

Atlas가 등에 백팩처럼 매고있는 배터리의 용량은 알려진 바로 3.7 kwh인데, 이걸 다 충전해도 목표 동작 시간이 약 1시간 입니다. 테슬라의 목표와는 거리가 많이 멀죠.
테슬라에서 소개한 휴머노이드 배터리의 용량은 2.3 kwh 입니다. 월등히 에너지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테슬라의 자신감일 수 있습니다.

정리: 산업적인 측면에서 테슬라의 가능성은 뛰어나다.


여기까지 제가 본 테슬라 휴머노이드의 설계에 대해 적어보았습니다. 기구설계는 제 전문분야가 아니다 보니 좀 자신감 없이 적은 부분도 있는데, 어떤 점에서 테슬라가 유리하고 또 독보적인 가능성을 보이는지는 어느정도 전달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
그럼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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