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7년, 석사 졸업 5년만에 다소 늦은 박사과정 유학이 결정되어 이 글을 적어보게 되었습니다. 미국으로 박사과정을 생각해보고, 또 지원을 결정한 시점에서는 반드시 거치는 과정, 그리고 미리 알면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있어서 이를 공유하기 위해 앞으로 몇차례에 나눠 미국유학 관련 포스팅을 써볼 예정입니다.
미국 대학원 지원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티스토리가 아닌 개인 블로그에 적어두고 있습니다. 미국 대학원 지원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시고자 하신다면 아래 포스팅을 읽어보시면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저는 학부는 전기전자공학 관련, 석사는 전기전자공학과에서 로봇공학을 전공하였습니다. 학부졸업 뒤 경력을 간단히 나열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전기전자공학 계열 학부 졸업
- 전지전자공학과 석사 졸업 - 로봇공학
- 공장 자동화 관련 스타트업에서 2년 - R&D 엔지니어
- 정부출연연구소 1년 3개월 - 연구원
- (지원 당시) 대학 연구실 연구원 12개월차 재직
최근 로봇공학의 여러분야, 특히 저의 이력과 관련한 연구들은 대부분 Computer Science/Engineering 학과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지원한 학과 역시 대다수가 Computer Science 혹은 Computer Engineering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결정이 된 학과는 Robotics 입니다. 로봇공학이라는 학과가 따로 있는 학교가 별로 없는데, 마침 이번에 합격하고 가기로 결정한 학교는 로봇공학 학과가 있는 학교입니다. Computer Science 계열은 일반적으로 경쟁률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어쩌면 Robotics 학과에서 따로 학생을 받은 것이 저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물어보기도 하고, 지원을 결정하는 시점에서는 저 자신에게도 질문해야 하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도 로봇 연구를 잘 하는 연구실이 분명히 있고, 국내 대학이나 미국 대학 말고도 연구를 잘 하는 학교는 분명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미국으로 결정한 이유를 간략히 적어보겠습니다.
로봇 연구 판이 가장 크다
인공지능 개발의 부흥을 기점으로 '로봇'이라는 키워드가 여기저기서 많이 언급되는 바와는 다르게 사실 로봇 연구는 공학분야에서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합니다. 언론에서 로봇이라고 칭하는 것들은 사실 로봇보다는 컴퓨터공학 혹은 다른 공학분야에 더 가까이 붙어있기 때문입니다. 로봇학과가 따로 있는 경우가 잘 없는 경우도 이 점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돈이 되는 기술들과는 달리 로봇공학은 아직은 세상에 나올 준비가 안된 분야가 많은 것도 이유일 것 같습니다.
예를 하나 들면, 최근에 정말 핫한 ChatGPT를 인공지능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로봇으로 연결시키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ChatGPT가 인공지능, 더 정확히는 기계학습 모델인 것은 맞지만, 로봇공학과는 거리가 좀 있습니다. 이를 이용한 로봇은 나올 수 있지만, 이 자체가 로봇이라고 하기는 너무 컴퓨터 중심이기 때문이죠.
로봇이 인공지능과 관련이 없는것이 아닙니다. 기계학습을 활용한 다양한 모델이 실제 로봇연구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특히 로봇을 위한 기계학습을 연구하는 곳이 많이 늘었죠.
로봇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도 정확히 내려진 것이 없는 마당에 로봇연구가 무엇이라고 정확하게 적는 것은 어렵지만, 최근의 동향을 보면 주로 어떻게 원하는 동작을 물리적으로 만들어내는지(제어)의 분야와 자율주행에 주로 사용되는 센서를 통한 환경 인지(시각), 그리고 여러 정보를 종합하여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모델(지능) 정도로 크게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나라에서도 크게 다르진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공학분야에 비해 로봇공학을 연구하는 사람의 수는 매우 적은편 입니다. 워낙 판이 작아 (약간 과장을 더해) 두세 다리만 건너도 연결이 될 정도 입니다.
미국 역시 다른 분야에 비해서는 규모가 작은 것 같지만, 아무래도 학교의 사이즈가 많이 더 크다 보니 그만큼 로봇연구의 판도 더 큰 것으로 보입니다. 주변에 사람이 많으면 그만큼 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저에게는 큰 장점으로 느껴졌습니다. 추가로, 여러 나라에서 모인 사람들과 함께 공부한다는 점 역시 문화적인 다양성 측면에서 제가 크게 선호하는 점 입니다.
연구 환경
미국은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학과간 교류가 자유롭고, 시스템이 학생이 더 배우기 좋은 방향으로 세우고 있습니다. 공과대학 내에서는 다른과 수업 수강, 다른 교수와의 교류, 심지어 다른학과로 전과 까지도 자유로운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유사분야의 학과 사이에도 담벽이 높은 경우가 많고, 일명 '학내정치'를 위한 신경전을 벌이는 경우가 사실상 학교마다 있는 것 같습니다. 꼭 한국이 나쁘다기 보다는 장단점이 있겠지만, 저는 미국식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미국 학교에 더 마음이 가게된 것 같습니다.
졸업 후 기회와 학위의 영향력
이건 연구의 본질과는 결이 다른 현실적인 부분이라 적어보기가 좀 꺼려지긴 하지만, 제도적인 현실은 맞는 것 같습니다. 로봇관련 박사가 가기 좋은 자리는 미국에 더 많은데, 다른나라의 학위는 기회를 얻기에 더 거쳐야 하는 절차와 심사가 많은 반면, 미국대학의 학위는 국내에서 불리함 없이 사용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이 아닌 다른나라에서도 일반적으로 미국 학위는 잘 인정을 받는 반면, 국내 학위는 실제 실력에 비해 평가절하 받는 경우가 간혹 있어 여러므로 직업을 구할 때 미국학위가 더 편리한 것 같습니다.
이 역시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과정이다 보니 국내에서 공부하는 과정보다 준비해야 하는 부분이 더 많습니다.
영어 점수, 그리고 영어와 친해질 것
미국 박사과정 지원시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지원자는 필수적으로 공인 영어점수를 제출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토익 점수는 받아주지 않고, TOEFL(토플) 혹은 IELTS(아이엘츠) 점수를 받아줍니다. 토플 점수 기준으로, 학교에 따라 대략 93 ~ 103점을 넘겨야 지원 요건이 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100점은 넘겨야 합니다.
문제는, 이 시험들은 토익처럼 외워서 되는 시험이 아닌 진짜 영어실력으로 봐야하기 때문에 준비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습니다. 시험 응시료가 상당히 비싸 (약 30만원) 여러번 보기 쉽지 않은 점도 준비과정에서의 어려움 입니다.
시험점수를 넘기더라도 영어가 편해지지 않으면 그 뒤로도 문제가 됩니다. 저의 경우 이번 박사과정 지원 프로세스에서 총 4번의 면접을 보았습니다. 모두 해당 학과 교수, 특히 지원서에 지도교수가 되길 희망하는 교수로 적어서 낸 그 교수님들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대화가 어렵다면 교수가 좋은 의견을 학교에 주기 어렵겠죠. 교수가 선택했다고 해서 합격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교수가 별로라고 하면 쉽게 탈락할 수는 있을 것 입니다.
그렇다고 영어를 원어민처럼 해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에서 공학분야 박사과정을 밟는 대학원생 중에는 미국인이 아닌 학생들이 많고, 그에 따라 영어가 외국어인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당연히 이들은 미국 원어민처럼 잘하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요한 점은 그럼에도 영어를 어려워하지는 않는다는 점 입니다. 발음이 좀 안좋고 중간중간 자잘한 문법 정도는 틀리더라도 자신있게 그리고 충분히 효과적으로 필요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죠.
이런 이유로 미국 유학을 생각한다면 가장 먼저 생각하고 최대한 오랜 시간을 가지고 준비해야 하는 점이 바로 영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이력에 자신감을 채울 것
미국 대학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선발과정에서 구체적인 평가 항목과 비중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불공정 시비에서 어느정도 자유로운 조건에서 지원서류를 심사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학교마다의 가치관에 따라 같은 내용도 크게 다르게 평가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틀에 박히지 않고 나를 잘 어필할 수 있어야 하고, 당연히 그 전에 자기 자신에 대해 자신이 있어야 합니다. 즉, 서류로 학교 관계자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자신감이 타이틀에서 멈추면 안된다는 점 입니다. 미국에서 지원자를 평가할 때는 일반적으로 지원자가 나온 학교가 좋은 학교라면 그 좋은 학교에서의 기회를 얼마나 잘 살렸나 까지 평가하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학교를 나왔어도 졸업한 사실 외에 다른게 없다면 평가를 잘 받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이 마저도 학교마다 다를 수는 있습니다.) 반대로, 미국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학교를 나왔어도 그 조건에서 얼마나 잘했는지에 대해 비중있게 평가하는 경우가 꽤 있어서 학교이름에서 조금 떨어져도 자신없을 이유도 없습니다. 즉, 주어진 조건에서 내가 얼마나 잘 했냐에 비중을 더 많이 두고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측 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학부 때 공부를 열심히 잘 해서 학부 성적이 우수했다면 우수한 성적을 중심으로 자신감을 담아내고, 성적은 다소 부족하지만 다른 활동, 예컨데 학술 논문 성과가 있다거나 지원 전공과 관련된 좋은 대외활동 혹은 경력이 있다면 그 이력에 맞춰 내가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지원자라는 점을 어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당연히 둘 다 뛰어나다면 그만큼 기회가 많을 것이고, 성적 혹은 이력 중 하나로 강점이 몰려있다면 학교의 평가기준에 따라 다르게 평가받게 될 것 입니다.
한참 더 자세히 적어야 하는 내용을 짧게 적어보았는데, 요점은 아직 지원까지 시간이 있다면 지원자로서의 약점을 보완하거나 강점을 더할 이력을 내 서류에 채워넣는 활동을 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더 좋은 기회를 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 이라는 점 입니다.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많은 경우 박사과정 지원을 준비하는 동안 연구단체에 적을 두고 논문 실적을 채우면서 지원을 준비합니다. 저 역시 대학 연구실에서 연구과제와 논문을 쓰며 대학원 원서를 준비했고, 정부출연연구소에서 일하며 작성한 논문 역시 서류 완성에 큰 도움이 됬습니다.
미국식 지원 서류에 익숙해질 것
미국 대학에 지원하는 과정에서 제출되는 서류를 보면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릅니다. 편한점 부터 들면 이력에 대해 각종 자잘한 증빙을 제출하지 않아도 되고, 어려운 점은 자유양식에 가깝다는 점 입니다.
그 와중에도 학교에 따라 아래 셋 중 최소 두 서류는 반드시 작성해서 내야 합니다.
- Personal Statement: 일종의 자기소개서로, 내가 내세우고싶은 점들을 자유양식으로 적어서 내는 서류
- Statement of Purpose: SoP라고도 부르며, 진학의 동기와 연구 비전 등 연구와 관련해 내세우고자 하는 점들을 적는 서류
- Resume/CV: 이력서인데, 이 역시 자유양식이지만,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통용되는 형태가 있음
학점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내용으로, 나에대한 내용이기 때문에 어디서 복사해서 적을 수 없습니다. 학교마다 셋 중 둘만 내는 학교도 있고 셋 다 내는 학교도 있기 때문에, 여러 학교에 지원한다면 2개버전과 3개버전을 따로 준비해야 하는 점도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부분 입니다.
미국대학은 여기에 적힌 내용에 대한 평가가 비중이 적지 않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여 써야합니다. 문제는 경쟁상대들이 원어민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혼자만의 힘으로는 표현력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내용적으로도 지원자의 초안이 선발하는 입장에서 봤을 때 보완점이 많은 것이 거의 무조건이기 때문에, 시간을 가지고 여러 사람의 도움을 여러차례 받아야만 제대로 완성이 가능한 서류들 입니다.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영어를 원어민급으로 잘하는 사람과 이 분야의 전문가, 즉 교수님 입니다. 평소에 인맥을 잘 만들면 이럴 때 도움을 구할 수 있는 것이죠. 급하게 부탁하기 어려운 내용이기 때문에 왠만하면 시간을 많이 가지고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추천서를 부탁을 미리 준비할 것
추후 더 자세히 쓰려고 하는 내용인데, 간단히만 적어보면 이렇습니다. 미국 대학은 추천서를 적지않은 비중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제출도 작성자가 학교로 직접 쏘게 되어 있습니다. 즉, 지원자는 그 중간 내용을 절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작성자가 자발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잘 써주지 않으면 불리한 평가를 받게 됩니다.
추천서를 나와 어떤 관계에 있는 어떤 사람이 써주는지 역시 중요한 요인입니다. 아무리 저명한 교수님이 작성해 주었다고 해도 작성자와 접점이 없는 잘 모르는 사이라면 그 추천서는 형식상 머릿수만 채운 정도가 될 것 입니다. 오히려 작성자가 추천서를 부탁할 사람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겠죠.
추천서를 부탁하기 가장 적합한 사람은 석사 과정을 거쳤다면 당연히 지도교수, 직장이 있었다면 직속 상사, 학부 졸업이라면 수업 중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점수도 잘 받고 평가도 잘 해줄 수 있는 수 있는 담당교수님, 학부인턴을 하면서 지도를 해준 교수님 등 어딘가 지원자에 대해 알고 얘기할 수 있는 관계에 있는 사람 입니다. 교수님이라면 박사학위가 있을테고, 학교 밖에서 받는다면 역시 관련분야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이 더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이렇게 연결고리도 없이 찾아가 부탁할 수 없기 때문에 미리 나를 잘 알도록 준비를 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대학이 최소 3명의 추천인을 필수로 하기 때문에, 아직 마땅히 부탁할 사람이 없다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부탁할 사람이 있다면, 바쁜 와중에 사실상 응원의 차원에서 써주는 것이니 적어도 지원서 마감 한달 전에는 부탁을 하는것이 좋습니다.
참고 리소스
검색을 해보면 자신의 유학준비 경험담을 공유해 주시는 분들이 여럿 계시는데, 가능하면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알아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분야마다의 차이도 있을 수 있고, 학교마다도 다를 수 있기 때문이죠.
한국에서 유학을 가시는 분들 뿐 아니라 미국 혹은 다른나라에서 미국대학으로 유학을 가게 된 사람들이 공유하는 정보, 심지어 학교에서 서류 평가를 하던 사람들이 주는 팁들을 온라인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능한 여유를 가지고 구글에서 나오는 정보, 또 유튜브에서 영상으로 공유해주는 정보들을 최대한 흡수한 뒤 application을 작성을 시작하는 것이 제가 추천하는 바 입니다.
저의 경우 아래 페이지에서 가장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작성하신 분이 워낙 모범적인 학생이었기 때문에 시작부터 저와는 차이가 많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준비과정에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도 도움을 받았으니 비슷한 내용을 저의 경험으로 채워 미국 박사과정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공유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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