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otics

연구논문의 발행 - 학회, 저널, 그리고 arxiv

콩지니어 2022. 11. 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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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틱스 분야 자체가 아직 많은 부분이 연구단계에 있다보니, 대중적으로 알려지거나 언론에서 보여주는 화려한 로봇시연 보다 아직 연구로 진행중인 분야가 훨씬 더 많습니다.

연구자들은 자신의 연구성과를 논문을 통해 공개하고 이를 자신의 연구 실적으로서 인정받기 때문에, 가장 최근 연구내용들은 주로 논문의 형태로 공개됩니다. 논문을 공개하는 경로는 크게 세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 학회 (Conference)
  • 저널 (Journal)
  • 직접 공개 (arxiv)

이 중 최근 10년 정도 활용되고 있는 직접 인터넷에 공개하는 경로인 arxiv는 주로 학회나 저널에 제출한 논문의 심사가 아직 진행중인 상태에서 임시로 올려두는 경우가 많아, 우선 논외로 두겠습니다.

학회 v.s. 저널

둘 다 논문인데 학회와 저널은 왜 나누는걸까요? 사실 두 매체는 목적이 조금 다릅니다.

학회란

학회는 보통 1년에 한번 열리는 연구성과 공유를 목적으로 하는 행사를 말합니다. 행사에 앞서 연구성과가 있는 논문을 제출받고, 심사를 통해 논문을 선정하여 논문 저자를 불러 논문 내용을 발표할 자리를 만듭니다. 이 후 선정된 논문은 학회 이름을 달고 인터넷에 무기한 공개 됩니다. 즉, 발표는 말 그대로 행사이자 교류의 목적이 크고, 발표논문이 기록으로 남아 성과로 쌓이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학회는 행사 보다 6~9개월 전에 논문제출을 마감하여 4~6개월 정도의 심사기간을 거치고, 선정 후 2~4 개월 뒤에 행사를 주최합니다.

최종적으로 발표하게 되는 논문의 수는 학회마다 크게 다른데, 큰 학회는 한 해 발표 논문이 2000 ~ 3000 편에 달합니다.

 

저널은

학회와 달리 발표행사가 있는 것이 아니라, 메거진의 형태로 출간되는 매체 입니다. 저널에 따라 1년에 6번 전후로 논문 모음집에 발간됩니다.

한 해에 여러권이 발간되지만, 권당 논문 수가 25편 전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저널논문이 심사가 더 깐깐합니다.

얼마나 인정받는 저널이냐에 따라 많이 다르지만, 저널에 제출한 논문의 심사는 보통 1년 이상 걸립니다. 학회와는 다르게 선정되기 전 까지 여러차례 심사와 보완을 주고받게 되고, 각 과정이 몇달씩 걸리기 때문입니다. 심사 진행 중에도 보완을 해서 다시 제출된 논문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최종 거절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심사기간이 길다 보니, 저널논문들은 학회논문 보다 연구내용이 시간선상에서 뒤에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학회: 심사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한번에 많이 선정. 논문의 페이지 수 제한
저널: 넉넉한 심사기간을 거쳐 꼼꼼하고 까다롭게 선정. 일반적으로 내용이 더 많음

 

학회도 발표까지 거의 1년인데 이게 짧은건가요?

학회와 저널을 통한 논문 공개 방식이 워낙 오래전 부터 이어져 온 일종의 전통적인 방식이다 보니 빨라진 세상에서 보면 너무 느리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반대로, 심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몇천, 몇만 건의 논문을 심사해야 하는데, 심사는 전문가가 해야하고, 전문가는 시간이 없는 현식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위에서 논외로 정한 직접 공개하는 방식인 arxiv 입니다. (아카이브 라고 읽습니다.) 논문을 학회나 저널에 제출 하였으나, 심사기간을 기다리지 않고 공개부터 하기 위한 매체인 샘 입니다. 따라서, arxiv에 올라온 논문은 검증과정을 거치치 않은 논문이라는 점과 빠르게 공개하여 이를 다른사람들이 보고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는 양날의 검과 같은 매체 입니다.

 

학회에 대한 논란

학회에 논문을 제출하고 발표하는 과정을 거치고 보면 상당히 아리송 하면서 억울한 점이 있습니다. 힘들게 연구성과 내서 논문으로 완성하고 제출한건 저자인데, 학회측에서는 저자가 발표를 위해 참석할 때 참석비용을 받고, 온라인에서 발표논문을 보고자 할 때도 돈을 받습니다.

유튜브로 치면, 유튜버가 돈을 내고 영상을 올리면 다른사람들이 유로회원으로 가입하고 그 영상을 봐야 하는데, 유튜버에게는 한푼도 돌아가지 않는 것과 비슷합니다. 다시말해 실적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열정페이를 하는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실로 어마어마한 수익성을 자랑하는 플렛폼 사업모델이 아닐 수 없지요.

금액도 적지 않습니다. 제가 발표한 학회의 경우, 학생은 $800, 이외 직장인은 $1,200 정도 합니다.

물론, 일반적으로 저자가 소속된 단체에서 돈을 내주긴 합니다. 그 단체명을 달고 논문을 내기 때문에, 단체의 실적으로서도 인정이 되기 때문이죠. 그래도 누군가 돈을 낸다는 점은 같습니다.

모두가 알고있는 사실이자 모두가 따르는 공공연한 관례 같이 자리잡혀 있는데, 당연히 이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명성을 대체하기는 어려운 모양입니다. 원칙적으로 같은 논문은 여러곳에 내지 못하게 되어있는데, 내가 심혈을 기울여 쓴 양질의 논문이 인정받을 기회를 버릴 각오를 하고 못들어본 곳에 낼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